<감시와 처벌> 공부모임 후기 – 김영준 변호사

2008-02-28

 


<감시와 처벌> 공부모임 후기-김영준 변호사


 


 


‘감시와 처벌’은 미셸푸코의 책중에 비교적 접하기 쉽다고 알려진 책입니다. 그럼에도 막상 발제를 맡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푸코는, 근대이전의 신체형, 국왕권력의 과시, 공개, 축제가 근대를 통과하면서 감금형, 소유권질서의 보호, 규율, 교육으로 이행된 것에 대하여, 17세기까지의 신체형에 대하여 먼저 서술하고, 18세기 이후 대두된 일반화한 처벌, 유순해진 형벌의 경향에 대해 설명한 후, 감옥이 실은 규율의 관철이라는 점에서 군대, 병원, 학교의 원형이며 모두 같은 메카니즘 (중앙의 한 점에서 나뉘어진 둘러싸고 있는 각 독방들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인 벤덤의 판옵티콘, 일망감시방법이 이런 감시모델의 정점입니다.)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책이 1975년에 씌어졌는데, 그때부터 한 세대가 지난 현재에는 CCTV, 이메일, 휴대폰 등 각종 기기의 발전으로 한 점에서의 감시모델에서 어디라도 바늘 끝만한 공간이 있으면 도처에서 감시가 가능한 모델로 바뀌었음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푸코의 비판을 수긍한다면, 신체형의 야만성을 비판하면서 도입된 완화되고 일반화된 근 현대의 형벌체계가 진보로서의 의미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하여 감옥이라는 아이콘으로 권력작용, 권력의 전략이 어떻게 바뀐 것인지 고찰한 것이 푸코의 의도라는 견해가 있었습니다.




푸코의 책에 대하여 대안제시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푸코의 권력비판은 대안으로는 권력의 대체가 아니라 권력의 완화, 분산을 지향하는 코뮨주의, 공동체주의로 연결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를 학교체제에 도입할 경우 국정교과서의 폐지, 대안학교의 모색 등이 의제가 될 것이라는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책 자체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골몰하여, 푸코의 서술이 어떤 실천적 의의가 있을지,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어떻게 변용되어 의의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하여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하였는데, 토론 와중에 이런 부분들이 풍부하게 논의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얻은 게 많았고, 많은 변호사님들도 흡족해한 공부모임이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완화되고 세련되어졌지만, 실질을 살펴보면 오히려 교묘하고 집요해진 권력의 모습. 모든 것을 규율, 감시의 모델로 환원해서 설명하는 것에 일말의 저항감도 느껴지지만, 감옥 – 군대 – 병원 – 학교 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소름끼치게 닮아 있다는 것도 부정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강대해진 규율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 자유인이 될 수 있을지, 연대하여 보다 자유로운 사회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의견을 나눈 그런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