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위헌제청 소송대리인, 이상갑 변호사 지면 인터뷰

2010-03-15



 그 어느 때보다 사형제 존폐에 관한 논란이 고조되는 듯한 요즘,
민변에서는 사형제 위헌제청소송을 담당하신 이상갑 변호사님과의 지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형제 폐지 소송 대리인을
   맡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당해사건 피고인은 2008년 2월 20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은 항소이유로 형이 너무 과중하다는 점만을 주장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판결전조사절차 등을 거친 결과 특이한 점이 없자 국선변호인에게 사형제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권유하였습니다. 당시 국선변호인은 2008년 9월 초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재판부는 같은 달 17일 위헌제청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사건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 위헌제청사건을 2009년도의 중요사건으로 분류하여 공개심리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분께서 개인적인 사정상 사형제 위헌소송 맡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셨습니다. 이에 광주고등법원(이하 광주고법) 형사부는 광주지방변호사회(이하 광주지변)에 사형제 위헌소송사건의 국선변호인을 추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광주지변 노영대 회장님께서 저에게 위헌소송을 맡아볼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처음 제안을 받고서는, 이 사건이 갖는 사회적ㆍ역사적 무게가 너무 커서 감당하기 벅차다고 판단하여 거절하였지만, 다음날 광주고법 형사부장님께서 다시 연락을 하여 ‘사명감을 가지고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다음, 민변 백승헌 회장님께 전화를 하여 민변차원에서 공동변호인을 구성하여 지원해주실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하였고, 백회장님의 알선으로 오래전부터 사형폐지운동을 해오고 계신 김형태 변호사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김변호사님이 종래 사형폐지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오시던 이상혁 변호사님 등과 변호인단을 구성해주시겠다고 하여, 저도 광주고법의 권유를 받아들여 사형제 위헌소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시는 이유도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당시까지만 하여도, 개인적으로는 사형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할만한 논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헌재의 공개변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연구자료 등을 공부하면서 사형제가 법리상 위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근거 중 가장 직접적인 것은 사형제가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 위반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은 양적으로 분할하는 것이 불가능한 개념이므로, 사형은 피고인의 생명권 전부를 박탈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법률에 의해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그 어떤 이유로도 본질적 부분은 침해할 수 없는 것인데, 사형은 생명권 전부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또한 유엔에서도 발표한 적이 있듯이, 사형제가 일반예방적 효과가 있는지도 회의적입니다. 헌재결정문 중 소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사형집행이 중단된 1996년 12월 이후 흉악범죄가 종전보다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사형제가 필요악이라면, 왜 190여개 국가 중 138개국이 사형제를 입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하거나 사실상 폐지했겠습니까.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흉악범을 사형시킬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흉악 범죄로 인해 피해자의 유족들이 겪게 되는 아픔을 사회적으로나마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행 범죄피해자구조법은 일정한 요건이 모두 갖추어진 경우 최고 3천만 원을 보상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범죄피해자를 위한 국가의 구조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전적 구조와 정신적 치료 등 다각적인 피해구조대책에 대한 검토가, 사형제 유지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인데 관심이 부족한 듯합니다.



– 12월에 선고가 내려질 뻔했는데,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심해 
  결정이 미뤄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선고기일에 대해서는 줄곧 관심을 가지고 체크했었습니다. 결정이 언제 내려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결과가 문제였기 때문에, 연기되는 상황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의식은 없었습니다. 걱정했던 것은, 만약 합헌결정이 나오면 13년간 중단되었던 사형집행이 재개될 명분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걱정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합헌 결정이 나온 직후인 지난 3월 11일(이날은 우연히도 당해사건 피고인에 대한 광주고등법원 형사부의 재판이 재개된 날이기도 합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헌재의 합헌결정 및 김길태 사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선별적 사형집행론을 제기하였습니다. 현재 형이 확정된 사형수 중 성폭력범죄자와 연쇄살인범에 한정하여 사형을 집행하는 문제를 검토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별적 집행론은 그 표현과 달리 사실은 모든 사형수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자는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형이 확정된 사형수는 거의 모두 성폭력범이거나 연쇄살인범이기 때문입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서의 지위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번 사형제 위헌소송을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지요. 위헌제청신청을 권유하였던 재판부는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법전상의 사형제를 현실의 제도로 다시 끌어내게 되는 아이러니를 유발하게 되는 셈입니다.



– 합헌으로 판결이 나긴 했지만, 7:2에서 5:4로 팽팽한 접전이었습니다. 희망이 보이시는지?

 유럽의 경우 벨로루시 1개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가 사형제를 폐지하였고, OECD 30개 회원국 중에는 한, 미, 일 3국만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형제를 존치하고 집행하고 있는 나라가 2008년 기준으로 59개국인데 그 중 5개국의 사형집행자 수가 전 세계 사형집행자수의 약 93%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사형제 폐지 또는 부집행은 이미 전 세계적 추세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헌재의 합헌의견도 현행 헌법의 ‘해석상’ 사형제가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지 ‘입법론적 관점’에서도
정당성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합헌의견을 제출한 재판관들도 대부분 헌법개정 또는 사형폐지 법률제정 등의
입법적 방법으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온 셈입니다.

 지난 15대 국회 이후 지금의 18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사형폐지 법률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국회 내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2개의 법률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사형제 폐지문제에 대하여 국회의 논의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도 사형폐지법률 제정 방법으로 사형제를 폐지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변호사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바람직한 사형제 폐지 방안은 무엇인가요?

 
사형제 폐지 여부는, 국민의 법 감정도 고려하여야 하겠지만 여론에 의해 결론을 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세의 마녀사냥이나 화형, 궁형 등이 폐지된 것도 여론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그와 같은 형벌이 인간의 존엄성에 반한다는 의식계몽 영향 아닙니까? 프랑스뿐만 아니라 입법에 의해 사형제를 폐지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폐지 당시 폐지찬성론이 30% 정도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존치론이 60%이상이었구요.

 우리나라도 거의 비슷한 상황입니다. 갤럽이 우리나라에서 지난 10여 년간 주기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사형제 폐지 의견은 항상 30% 내지 40%입니다.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 존치론이 조금 더 높아지고, 대체형으로 절대적 종신형(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할 경우의 폐지론은 50%를 약간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형제의 문제점, 대체형 도입, 피해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보호대책 등에 대하여 진지한 토론을 해나가면 사형제 폐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도 더 진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또는 국회가 중심이 되어 이러한 노력을 해야 되겠지요.



–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백화점에서 장사를 하려면 특정상품만 전문적으로 팔아도 되지만,
 동네 슈퍼마켓은 웬만한 물건은 다 있어야 하잖습니까? (웃음)



– 제6대 민변 광주·전남지부장에 취임하시면서, ‘지역사회 현장과 소통하는 민변지부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내비치셨는데요.
 그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0월에 지부장이 된 이래 지역 시민사회단체 특히 건치(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건약(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인의협(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등 전문직 단체 등과의 연대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분기마다 공동강연을 개최하기로 합의해서, 이정희 의원 초청강연을 한차례 했습니다. 2분기에는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님 초청강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기 강연 이외에도 수시로 공동관심사에 대한 활동을 함께 하려고 합니다.

 3월말에는 4대강사업과 관련한 토론회와 영산강 순례를 건치지부와 함께 하기로 했고, 위 전문직 단체와 지난해부터 함께 해온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해방 전 당시 중학생 나이에 일본에 강제징용을 당했다가 임금을 받지 못한 할머니들의 지원하는 모임.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이 후생연금탈퇴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한 사건으로 전국적 관심사가 되고 있음) 활동도 올해에는 더욱 진전시킬 계획입니다. 금년 5ㆍ18 30주년에는 대구, 부산 등 민변지부 회원들을 광주로 초청하여 5ㆍ18묘지 참배와 무등산 산행 등 지부 간 단합활동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매개로 지역 종교단체와의 연대활동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종전처럼, 소송으로 비화된 사건에 대한 변론활동도 열심히 하여야 하겠지만,
좀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현장 활동으로 지역인권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려고 생각중입니다.







–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사회를 열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시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 )    




 


[ 작성 : 김란아 인턴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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