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더불어 누리고 싶습니다” – 조영선 변호사

2009-11-30

 


[인터뷰]“더불어 누리고 싶습니다” – 조영선 변호사




가볍지 않은 걸음이었지만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웃음이 복을 부른다했던가. 말쑥한 회색 수트에 호인의 미소를 갖춘 조영선 변호사와의 첫 만남에는 입이 즐거울 일 또한 따랐다. 일과 가정에서 유쾌한 일들이 연이었다는 그였지만, 누리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불편함’ 또한 잊지 않았다 하는데. ‘더불어 가자’ 함이 아름다운 그를 뉴스레터가 민변 사무실에서 만났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민변에서 기획위원회 위원장, 대외협력팀장, 사무처장을 겸하고 있다. 미군문제위원회, 노동위원회 위원인데 노동위원회에는 요즘 못나가고 있어 미안하다.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십니다. 특별한 연유가 있었나요?


특별한 연유는 없다. 학생 때부터 가져온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혹은 책임들을 가지고  ‘당연히 해야하는 일들이다’는 생각으로 활동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번 위헌제청결정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어떤 부분에 문제제기 하셨었나요?


범민련 사건을 함께 담당하는 변호사님들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다. 특별히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 기회를 통해 잘못된 관습을 고치게 되었다. 기존 규정상 감청 허가 규정이 ‘2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애매하게 되어있어 수회 연장시키는 잘못된 관행 남아있었다. 무려 30개월까지 하나의 영장으로 감청기간을 연장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수사기관의 개인 사생활의 침해라는 관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크게 쟁점이 되었던 부분이나 첨예했던 사안이 있었다면요?


‘패킷 감청’의 부분이었다. 패킷 감청은 망사업자의 회선에 직접들어가 감청하는 행위로 실시간으로 감청이 가능하다. 개인 이메일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감청 영장과 문제가 달랐다. 증거를 찾지 못하고 심증만으로, 인정도 부정도 않는 검찰과 얘기해 나가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여타 사건들에서 감청이 수차례 연장된 사례들이 발견된다면 이를 바로 잡는 작업이 바로 필요할 것이다. 계류 중인 재판에서도 위헌여부 결정 때까지 유보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것이 가장 직접적인 여파이고. 장기적으로 애매한 법규정 자체의 개정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2개월이 너무 장기간이라는 점과 수차례 연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패킷 감청의 문제점인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부분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무실의 경우, 단체 전체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민변의 변호사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밟아오셨을지가 궁금합니다. 대학시절의 조영선 변호사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어렵다.(웃음) 시골 출신이라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느끼는 충격이 몹시 컸다. 84학번이 공유하는 대학생활, 그대로를 살았다. 처음엔 문학회 활동을 했다. 그러다 시의 나약함을 느껴 사회과학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노동 현장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었다. 90년대 초반 동구권의 몰락은 나를 비롯한 나의 세대들에게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같이 사법시험에 도전해 변호사가 된 케이스도 있지만 드물었다. 그때 함께 투신했던 사람들이 모두 다 잘되진 않았다. 늘 그들에 대한 불편함을, 부채 의식을 안고 있다. 그만큼 더 나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고 있다.




변호사님이 인생에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한 단어로 말한다면 ‘더불어’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서 누리는 행복도 좋지만 함께 누리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덜 먹더라도 서로에 희망이 되어주는, 관계 속의 애정을 느끼며 살고 싶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더라. 개인이 해야 할 여러 몫이 있는 것 같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민변에서 나의 역할을 하고자하다보니 더불어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겨울이 왔습니다. 변호사님만의 겨울나기 요령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요령이라기 보단 한동안 푹 쉬고 싶다. 다행히 한동안 재판이 없을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 훌훌 털고 절에라도 들어가 사색에 빠져들고 싶다. 너무 번잡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둘째의 돌잔치가 곧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정을 위해 스스로 조금씩 변화시켜가고 있는 중에 있다. 늦둥이 둘째를 보며 애틋해지곤 한다. 사십대 중반에 본 아들이라 내가 환갑이 되어도 겨우 중학생,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민변 뉴스레터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올 한해 행복하셨습니까?(웃음)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인가 싶다. 그런만큼 민변의 역할이 있는 듯하다. 많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꼭지, 한 부분만 맡아서 함께 노력한다면, 그렇게 나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글_3기 인턴 오대양
사진_3기 인턴 이유선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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