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신대법관은 마지막 기회를 버리지 말라

2009-05-11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의 결정은 우리의 상식도 실낱같은 기대도 모두 저버렸다.




윤리위는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 재판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징계 권고조차 내리지 않고 주의 권고로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아직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고 재판권에 대한 개입 행위를 시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징계 권고를 할 수 없었던 이유로 든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형식논리이다.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것이었다.




주의 권고로 사건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법원이 사법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처사이다. 법원은 초기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신대법관의 행위가 부당한 재판 관여였음을 인정하였고, 지난 4월에는 전국 법관이 모여 진지한 논의 자리를 열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런 움직임을 보며 적지 않은 기대로 지난 두 달간 법원을 지켜보아 왔다. 이번 윤리위 결정은 그런 모든 자구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리고 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마저 부정했다는 점에서 개탄스러운 일이다. 




윤리위 결정에 따르더라도 신대법관의 재판 관여 사실은 다시 확인되었다. 재판 관여는 법관의 가장 기본적인 권한을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이다. 신대법관의 재판 관여가 인정된 이상 신대법관이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대법관지위를 유지하여서는 안 된다. 이미 기피신청이 제기되어 재배당까지 된 마당에 신대법관은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옳다.




만약 법원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사건은 법원의 뜻과는 달리 결코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법원과 신대법관은 사법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2009월 5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